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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벤스와 벨라케스
1628년 외교적 임무를 띠고 1년간 마드리드를 방문한 루벤스와 같은 작업실에서 함께 그림을 그리면서 자극을 받은 벨라스케스는 1629년에 이탈리아로 유학을 떠났다. 베네치아와 로마를 방문한 벨라스케스는 그곳에 있는 고대 유물과 조각, 르네상스 거장들의 작품을 묘사하거나 세심하게 연구하여 기술을 습득한 후 그들과는 다른 자신만의 예술적 표현을 찾는 데 주력했다. 미추를 불문하고 자연 그대로의 모습으로 실제의 사물을 충분히 재현 묘사하는 자연주의자로 훈련받은 것을 결코 잊지 않았지만, 이대부터 벨라스케는 자신의 작품에 상징적이거나 암시적인 요소를 자유롭게 포함했다. 이러한 벨라스케스에 대해 곰브리치는 자연을 냉정하게 관찰하는 자연주의에 영향을 받고 루벤스와 티치아노의 붓질을 연구했으나 그의 방식에는 남에게서 빌려온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고 단언했다.
전통에 구애받지 않고 색채와 빛의 조화에 대해 끝없이 탐구하면서 꼭 피요한 가장 인상적인 특징만 묘사하고 보는 사람에게 상상할 여지를 남겨 놓은 벨라케스는 19세기 인상주의 화가들이 가장 존경한 화가이다. 주제에 따라 벨라스케스는 그림 속 사람들을 달리 표현했다. 궁정화가로서의 정상적인 임무에 의해 공식 초상화를 그릴 때 벨라스케스는 왕과 왕족들을 아름답게 혹은 매력적으로 포장하지 않고 보이는 그대로의 정직함으로 표현했다. 당시 스페인의 통치자였던 펠리페 4세는 이러한 벨라스케스 초상화의 '찐팬'으로 1692년에 이탈리아로 유학을 간 벨라스케스가 돌아올 때까지 다른 화가를 시켜 자신의 초상화를 그리지 않았고 그때 막 태어난 왕위 계승자 카를로스의 초상화조차도 매한가지다. 벨라케스는 왕과 왕족들의 초상화 이외에도 궁정 어릿광대 등 궁정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의 모습도 그렸다. 이러한 사람들과 풍속화 속 인물들은 공식적인 궁정 초상화 속 인물보다 훨씬 감각적이고 심플하게 표현했다. 그리고 독실한 가톨릭 국가인 스페인의 화가들은 전통적으로 고대 그리스 로마 신화나 우화를 주제로 하는 그림을 거의 그리지 않았지만, 벨라스케스는 루벤스의 영향으로 이러한 그림을 그리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하지만 단순히 오락으로 그린다고 변명하기 위해 신화 속 인물들을 영웅적인 모습 대신 풍자적을 표현했다. 1648년에 펠리페 4세의 외교적 특사로 벨라스케스는 다시 이탈리아로 갔다. 첫 번째 이탈리아 영행 때에는 방문하지 않았던 밀라노와 피렌체를 거쳐 로마에서 1년 동안 체류하면서 벨라스케스는 당시 교황이었던 인노켄티우스 10세의 초상화를 그렸다. 이로서 벨라스케스도 라파엘로, 티치아노, 다비드 등과 더불어 교황의 초상화를 그린 화가로 미술사에 남게 되었다. 2년 반 동안의 체류를 마치고 현지에 구매한 이탈리아 회화 원본과 고대 그리스 로마 조각들을 가지고 1650년에 스페인으로 돌아온 벨라스케스를 펠리페 4세는 궁정 의전관으로 임명하였다.
네덜란드 독립전쟁
일명 '80년 전쟁'이라고도 하는 네덜란드 독립전쟁에서 11개월간 봉쇄 끝에 네덜란드 남부에 있는 도시 브레다가 스페인군에게 항복하는 장면인 <브레다 항복 혹은 창>은 펠리페 4세 통치 초창기에 이룩한 큰 영광이었던 브레다의 항복 10주년을 기념하여 1635년에 그린 대작으로 현재 남아 있는 벨라스케스 작품 가운데 가장 크다. 화면 중앙에서는 스페인의 합스부르크 왕가에서 독립하기 위해 봉기한 네덜란드 독립 세력의 지도자 빌렘 1세 판 오라녜의 혼외 아들로 브레다의 방위 책임자였던 유스티누스 반 나사우가 제노바 공화국 귀족으로 스페인군 사령관이었던 암브로조 스피놀라에게 항복의 징표로 도시의 열쇠를 건네고 있다. 멀리 원경에는 전장과 함락된 도시가 펼쳐져 있고 화면 오른쪽에 밀접한 스페인군이 꼿꼿하게 세운 창에는 승리자의 강력함이, 왼쪽에 얼마 되지 않는 네덜란드군이 비스듬히 세운 창에는 패배자의 무력함이 잘 표현된 역사화의 걸작이다. 이 우표는 1931년 왕정이 폐지된 후 들어선 스페인 제2공화국이 사회주의 정권이 모로코에서 군사 반란을 일으킨 프란시스코 프랑코의 공화파와 내전 중이던 1938년 9월 18일에 벨라스케의 작품들을 도안으로 해 발행한 5종 우표 가운데 하나이다. 이를 스페인 바르셀로나 Barsal이 제작한 그림엽서에 붙이고 우표 발행 첫날에 작품 소장지인 마드리드 우체국의 초일우편 날짜도장을 찍어 맥시멈 카드를 만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