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3. 4. 12.

    by. 수중도시

    인간은 경우에 따라서 완전히 합리적이다. 인간은 생각하는 동물이라는 문구를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과연 인간은 알려진 것처럼 합리적인 선택을 할 수 있을까?

     

     

    합리적인간

     

    인간은 경우에 따라서 완전히 합리적이다.

    인간의 선택은 경우에 따라 완전히 합리적일 수 있다. 예컨대 뉴욕대학의 두 교수는 세계에서 가장 간단한 터치 스크린을 연구하였다. 그리고 이 간단한 과제의 변수로 따지자면, 사람들은 거의 그 이상을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합리적이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화면에 녹색과 빨간색의 두 목표물이 나타난다. 이때 피실험자는 녹색 동그라미를 손으로 만지면 점수를 얻게 되고 빨간색 동그라미를 손으로 만지면 더 많은 점수를 잃는다. 문제는 이 동그라미들이 가끔 겹친다는 데 있다. 만약 피시험자가 겹치는 부분을 만지면 보상과 벌점을 함께 받아 결과적으로 손실을 볼 것이다. 화면을 재빨리 만져야 하는 상황에서 눈과 손을 완벽하게 조절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이때 최선의 방법은 녹색 동그라미의 중심이 아닌 곳을 만지는 것이다. 괜히 녹색 동그라미의 정중앙을 만지려 하다가는 간혹 손이 목표물의 왼쪽으로 빗나가 빨간색 동그라미가 겹쳐 있는 실점 구역을 건드릴 수 있기 때문이다.

     

    예외에 가까운 합리성

    그러나 나쁜 소식은 이렇게 절묘한 합리성이 정상보다는 예외에 가깝다는 사실이다. 사람들이 동그라미 만지기 과제를 그렇게 잘할 수 있었던 까닭은 이 과제가 정말로 오래된 정신적 능력에 근거하기 때문이다. 손을 뻗는 것은 반사에 가깝다. 그것은 인간뿐만 아니라 먹을 것을 움켜잡아 입으로 가져갈 수 있는 모든 동물이 할 수 있는 행동이다. 우리가 성인이 될 때쯤이면 우리가 손을 뻗는 기제는 아주 잘 조율되어 있어서 그것에 대해 더 이상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예컨대 찻잔을 향해 손을 뻗을 때는 엄밀하게 기술적으로 따져보면 몇 가지 선택이 이루어진다. 나는 내 손을 어느 각도로 뻗을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왼손을 사용할 것인가, 아니면 더 능숙한 오른손을 사용할 것인가? 원통형 찻잔의 중앙 부분을 잡을 것인가, 아니면 더 멀리 있지만 손잡이를 잡을 것인가. 손과 근육이 자동적으로 상호 조정되고 손가락이 집게 모양으로 되면서 팔꿈치가 돌아가 손이 제 위치에 있게 한다. 

     

    형편없는 의식적 의사결정

    그러나 경제학은 사람들이 커피 잔을 향해 손을 어떻게 뻗는가에 관한 이론은 아니다. 경제학은 사람들이 돈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사람들이 시간을 어떻게 배분하며 은퇴 후 생활을 어떻게 계획하는지 등에 관한 이론이다. 나아가 경제학은 적어도 부분적으로 사람들이 어떻게 의식적인 결정을 내리는지에 관한 이론이 되고자 한다. 그런데 진화의 비교적 최근 산물인 의식적 결정에 가까이 갈수록 우리의 결정은 더 형편없는 것이 될 때가 많다. 뉴욕대학의 교수들이 만지기 과제를 더 분명한 언어 문제로 변형시키자 피실험자들의 과제 수행은 급격히 저하되었다. 비교적 최근에 진화된 숙고 체계는 이 과제에서 오래된 근육 통제 체계의 적수가 되지 못했다. 그리고 이 특수한 과제 외에도 인간의 수행 능력이 합리성과는 거리가 멀다는 수많은 증거들이 존재한다.